아시아문화전당(ACC)이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았다. 정부의 무관심과 옛 전남도청 복원에 따른 이견 등으로 목표 연도보다 5년이나 늦은 2015년 10월에야 문을 연 것이다. 아시아문화전당 측은 올해 초 신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지난 10년 동안 누적 방문객 수가 1,900만 명에 달했고 지난 한 해 동안에도 역대 최고인 320만 명에 다녀갔다고 했다. 방문객 수가 점차 늘어가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다. 문화전당 측은 ‘동시대 문화예술발전소로서 지평을 크게 넓혀가고 있다.’고 자평했다.

이와 함께 개관 10주년이 올해는 어느 해보다 내실 있는 프로그램으로 더 많은 관객과 소통하며 진정한 광주문화발전소로의 모습을 보여드리겠다는 옹골찬 계획도 발표했다. 옛 도청 복원사업도 마무리될 예정이어서 여러모로 기대되고 ‘광주문화발전소’를 주창했던 필자로서는 제발 그렇게 되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

실제로 개관 당시에 비해서는 큰 성장을 한 것도 사실이다. 수많은 전시와 공연이 이뤄졌고 일부 콘텐츠는 해외에 판매되는 등 조용한 가운데 내적 성장을 이뤄가고 있음도 본다. 또한 지역사회의 염원이었던 지역과의 소통도 넓혀 ‘지하 벙커’라는 오명도 씻어내려고 노력했음도 인정한다.

그러나 아시아문화전당의 프로그램을 관람하기 위해 5·18 민주광장과 금남로 거리에 길게 줄을 선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광주시민들로서는 올해 한 번만이라도 이러한 광경을 보고 싶은 것이다. 해외여행을 해본 사람들은 아는 이야기지만 유명 미술관이나 박물관, 공연장은 1년 전에 티켓이 매진되고 이벤트가 열리는 날에는 이른 시간부터 길게 줄을 서는 모습이 ‘당연한 일상’이다.

지난 2월 15일 광주 금남로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찬성하고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강기정 시장의 ‘절대 반대’ 주장으로 판이 커진 민주 광장 주변의 탄핵 찬성 집회에는 1만여 명, 5.18 기록관과 금남로4가역 부근으로 이어진 ‘탄핵 반대’ 집회에는 3만여 명이 집결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은 인파가 아시아문화전당에서 금남로까지 늘어선 문화행렬(文化行列)로 가득하면 얼마나 좋을까.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다. 한국인들이 보고 싶어 하는 전시회도 유치하고 한국인들이 목말라하는 해외 공연도 하나쯤 불러들여 아시아문화전당에 큰 판을 펼쳐보자는 것이다. 문화전당 부근의 식당에 사람들이 가득 차고 충장로 거리도 한 번쯤은 젊음이 넘실거리던 그때로 되돌려 보고. 그리하여 ‘문화 무관심’의 광주시민들에게 ‘뭔가를 보여줌으로써 문화의 물길을 터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기대도 또 난망이 될 것 같다. 문화전당과 전당 재단이 내놓은 올 사업계획 속에는 광주문화예술회관이나 구립 문화공간에서 해도 사업들이 여럿 있고, 대형 이벤트들을 소화하려면 최소한 2, 3년 전에 계약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은 아시아문화전당이 국립기관이기는 하지만 우리 광주시민들이 사랑하지 않으면 절대로 성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광주에 살면서, 전라도 살면서 문화전당 행사에 티켓을 끊고 참여한 적이 없다면 반성할 일이다. 그래서 우리 지역 베이비 부머들에게 한 가지 제안을 드린다.

올해 여행 트랜드 가운데 하나가 스킵젠(Skip-Gen)이라고 한다. 이는 스킵-제너레이션 (Skip-Geeneration)의 약자로 세대를 건너뛰었다는 뜻이다. 삶에 바쁜 아이들의 부모를 대신해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손자·손녀의 손을 잡고 여행을 하거나 문화행사에 동참하는 것. 조손(祖孫)간의 유대를 돈독히 하고 아이들에게 멋진 할아버지, 할머니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특히 저출산이 계속되면서 돌봐야 할 손자 손녀도 많지 않으니 3대 가족 모두에게 윈·윈·윈의 전략이 아닐까?
김형, 이형, 날마다 어쩔 수 없이 가는 산, 하루쯤 쉬고 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리는 브런치 음악회에서 만나면 어떨까, 외손녀 데리고 갈 터이니 손자 데리고 나오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