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문 사이로
들어오는
겨울 찬바람

아빠는
공구를 넣어
문짝을 들어 올린다

철사토막이 끼어
너무 아파
힘들었을 창문

몰래 들어간
철사로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만물 박사
아빠 손에
모두
웃음꽃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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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세탁기가 멈췄다. 시냇가에 나가 방망이 두드려 손빨래하던 시절이 아니다. 온 식구 세탁물이 한가득, 발 동동 구르며 몇 차례 전화 끝에 어렵사리 약속 잡아 달려온 수리기사, 빙긋 웃는다. 범인은 세탁기 아래 끼어 있는 양말 한 켤레였다. 김방순 동시인의 ‘고장 난 현관문’을 멈추게 한 건 언제 들어갔는지 모를 철사토막이다. 창문이 고통스러웠겠지만 철사가 심술부리러 일부러 들어가진 않았을 거다. 그렇다. 모기 보고 칼을 뽑고 도끼 들고 나물 캐지 않는다. 한발만 물러서서 생각하고, 서로 돕는다면 만물 박사 되는 건 시간문제이다.

김 목/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