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호남진흥원(원장 홍영기)은 광주광역시에 소재한 법륜사로부터 보물급 가치를 지닌 고려말 불교 서적 2점 등을 기탁받았다고 23일 밝혔다.

법륜사 주지인 월인(月仁, 속명 박도길, 1956~현재) 스님은 지난 19일 『장승법수(藏乘法數)』·『불정심관세음보살대다라니경(佛頂心觀世音菩薩大陁羅尼經)』·『미타경(彌陀經)』·『화엄경(華嚴經)』등 불교 서적 4책과 완당(阮堂) 김정희(金正喜, 1786~1856) 서체가 포함된 12폭 병풍 1점, 2폭 병풍 1점, 위창(葦滄) 오세창(吳世昌, 1864~1953)이 전서로 쓴 액자 1점, 경대 1점 등 모두 8점을 한국학호남진흥원에 기탁했다.

『장승법수』는 목판본 1책으로 원(元)나라 가수(可遂)가 간행한 수경사본(壽慶寺本)을 저본으로 삼아 1389년(공양왕 1)에 무학대사(無學大師) 자초(自超)가 간행한 불경 용어 사전이다. 권두에 원나라 구양현(歐陽玄, 1283~1357)의 서문이 있고, 『대승기신론』의 ‘일심(一心)’이라는 용어로부터 본문이 시작된다. 본문은 대장경에 있는 법수(法數, 단위의 이름과 수치를 붙인 수)를 획수대로 도식화하여 용어나 단어를 배열하였다. 권말에는 1355년 굉연(宏演)이 작성한 서문이 있고 같은 해 작성한 우강서식(旴江胥式)의 발문이 있다. 목은(牧隱) 이색(李穡)의 발문이 있는 호암박물관 소장본은 물론이고 발문이 없는 성암고서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소장본이 모두 보물로 지정되었다는 점에서 보물급 가치를 지닌 것으로 판단된다.

『불정심관세음보살대다라니경』은 목판본 3권 1책으로 1441년 간행본을 저본으로 하여 1452년에 간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권말에 전통도사 주지였던 육미(六尾) 스님이 쓴 발문이 있다. 이 불서는 사경하여 몸에 지니거나 독송하면 병을 치료하거나 액운을 없앨 수 있다는 다라니의 신통력을 설교한 불경이다.

이번에 기탁된 불교 서적은 1937년부터 1954년까지 해남 대흥사 주지를 맡았던 응송(應松, 속명 박영희, 1893~1990) 스님이 기탁자인 월인 스님에게 물려준 것이다. 응송 스님은 월인 스님의 큰아버지로 열반에 들기 전에 조카를 불러 불교 서적 4책과 병풍 2벌, 지팡이 2점, 경대 1점 등을 전해주었다.

월인 스님은 “앞서 두 불서는 2023년에 이미 광주광역시에 문화유산 등록 심사를 의뢰한 상태이며 자료의 가치를 한국학호남진흥원이 심층 연구하여 밝혀주기를 바란다.”고 기탁 취지를 설명했다.

한국학호남진흥원 홍영기 원장도 “소중하게 간직해 온 귀중한 자료를 기탁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14세기 불교 서적을 기탁받은 기관으로서의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 잘 관리하고 보존하여 연구하겠다.”고 밝혔다.

법륜사는 광주 서구의 아파트 밀집 지역에 소재한 태고종 사찰이다. 월인 스님이 1996년에 창건하여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으며 현재 한국불교태고종 광주·전남 종무원장을 맡고 있다. 또 영산재(靈山齋) 의식을 재현하여 광주광역시 무형문화재 제23호로 지정된 바 있다. 영산재는 49재를 통해 영혼을 극락으로 천도하는 의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