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군 관산읍 삼산리에는 천연기념물 제481호로 지정된 후박나무군이 있다. 세 그루의 후박나무가 마치 품이 넓은 한 그루의 나무처럼 서 있다. 두 그루는 거의 한 그루처럼 붙어 있고 또 한 그루는 5m 남짓 떨어져 있는데 멀리서 보면 모양새 좋은 한그루의 노거수다.
이 후박나무는 1580년쯤 경주이씨(慶州李氏)가 마을에 들어와 살면서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원래는 동·서·남·북 네 곳에 심었다고 하는데 현재는 마을의 북남쪽에 있는 세 그루뿐이다.

역사를 따지자면 400년이 넘는다. 세 그루가 한 무더기로 어우러져 하나의 수관폭(樹冠幅)을 이루고 있다. 수관폭의 높이 11m, 동 10m, 서 13m, 남 10m. 북 10m이며 가슴높이의 둘레는 남쪽의 나무 2.8m, 북쪽의 두 나무는 3m와 2.7m이다.

마을 쉼터로 활용하기 위해 나무 밑에 5개의 벤치를 설치했으며 주위는 보도블록으로 포장하였다.
후박나무는 주로 해안지방에서 자생하고 있는 난대(暖帶) 식물로서 육지부에서 이처럼 큰 후박나무는 흔치 않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경남 추도리의 후박나무(가슴 높이 둘레 3.6m)와 진도 관매리의 후박나무(가슴 높이 둘레 3.4m)에 못지않은 크기와 수형을 지니고 있다.

후박나무(Machilus thunbergii Sieb.et Zucc)는 녹나무과에 속하는 상록 활엽교목으로 울릉도, 제주도, 남해, 완도 등 도서 지방에 자생하고 있다. 중국·일본에도 분포하고 있으나 세계적으로는 흔하지 않은 수종이다. 내한성은 약하지만 내조성이 강하여 해변에서 잘 자라며 잎은 광택이 나고 수형은 아름다우며 수피(樹皮)는 향기가 좋고 후박피라 하여 위장약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그렇다면 삼산리 산서마을에 있는 세 그루의 후박나무가 마치 한 그루처럼 살아가는 비결은 무엇일까?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은 “세 나무가 붙어 있어 공간 확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공간을 나눠 쓰는 쪽으로 스스로 변화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나무들도 처음에는 치열하게 햇빛 투쟁을 했을 것인데 그럴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을 알고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가운데 나무는 나뭇가지를 위로만 뻗고, 양옆의 나무는 바깥쪽으로만 뻗어가면서 본래의 생태를 내려놓고 새로운 형태로 자신의 모습을 바꾸었다는 설명이다.

고규홍은 “살아남는다는 것은 다른 생명을 착취하고 홀로 우뚝 서기 보다는 다른 생명과의 마주침을 알아차리고 스스로를 바꾸가며 사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세 그루인 한그루의 위대한 나무’라고 평했다.

한편, 후박나무가 있는 산서(山西)마을은 주봉이 서쪽에 있는 마을이라 해서 산서라 하며 지역의 형국이 벼루에 물을 부은 것 같다하여 산연(山硯)이라 했었다 한다. 삼산리는 본래 고하면 지역인데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산서, 산동, 우산리를 병합하여 세 마을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산(山)자를 따서 삼산이라 한다.

이 마을에는 삼산사와 관덕재, 경주이씨 2세 충효문, 경주이씨 세장비 등이 남아 있다. 확실한 기록은 없으나 1595년 무렵 개산공 이주(李注)가 임란 때 이순신 장군 휘하에서 활동하다 남해안에서 사망하였다는 소식을 들은 부인이 남편의 시신이라도 수습하기 위해 아들 국세(國世)를 데리고 남해안을 헤매다 부안곡에 정착했다. 그 후 이씨들이 부안곡으로 집단이주하였다가 이곳 산연으로 옮겨와 오늘에 이른다고 알려진다.

삼산사는 경주 이씨이 사당으로 주자학의 기초를 닦은 이재현(李載現, 1287~1367)을 비롯해 임진왜란 때 활동한 이주(李注,1564~1594), 그의 손자 이귀희(李貴希), 이관빈(李觀彬 1755~1822) 이동의(李東儀) 등을 배향한다.
이재현은 경주이씨 16세 검교 정승 진(髓)의 둘찌 아들로 고려 공민왕때의 명신이다. 당대의 문인 백이정의 문인이다. 이주는 이재현의 9세손으로 이순신 휘하의 막하장(幕下長)으로 활동하다가 순사(殉死)해 영조 때 병조참의 추증. 호는 개산(介山)이다.

이귀희는 개산공의 손자로 아버지로부터 할아버지가 순사(殉死)했다는 말을 듣고 이순신 장군을 만나 가찬(嘉讚)을 받고 전쟁에 참여해 적선 수십 척을 격파하고 흑권장군(黑券將軍)이란 칭호을 받았으나 순절했다.

이관빈은 익재 이재현의 후손으로 학행이 돈독하고 효성이 지극해 2세충효정문이 내려졌다. 수명당(水明堂) 이동의는 관빈의 아들로 역시 효행이 뛰어나 관내 27개 향교 유생들이 정포(旌褒)할 것을 요청하여 1865년 정려를 내리고 호조 참판에 증직되었다 이귀희는 갑인생으로 을해 년에 등과하여 우후선전관(虞候宣傳官)으로 수문장을 역임했다.

<문화通 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