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현대미술관은 정송규 관장의 ‘회억 – 잇고 이어지는 오늘》 전시회를 오는 6일부터 31일까지 개최한다. 이 전시는 정송규 관장이 지난 10여 년간 작업해 온 ‘규방문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 30여 점을 재조명한다.

작가는 2000년대에 들어 오랫동안의 주제였던 누드를 과감히 내려놓고 규방문화에 몰두하며 많은 작품을 제작해왔다. 규방문화의 대표작인 조각보에 대하여 소재와 특성, 모양, 민화에서 표현되는 문양들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모티브로 발전시켰다.

정송규는 전통 규방문화의 한 부분인 조각보를 현대미술의 코드로 재탄생시킨 작가다. 어미니로 대변되는 조선의 여인들이 그들의 정한(情恨)을 한 올, 한 땀 수놓았던 전통의 조각보에서 새로운 미의식을 발견하고 이를 재해석한 것이다.

초창기 비교적 무늬가 큰 상보(床褓)를 들고 나왔던 작가는 2002년 한일월드컵을 거치면서 태극기를 휘날리던 붉은 악마들의 아우성을 미술언어로 담아내는데 성공하였다. 때문에 전통문양과 색채에 충실했던 작품의 구도와 색채도 변화하면서 독특한 조형미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표현방법도 긁어내고 덧칠하고 긁어내는 작업을 반복해 자연스러운 색감을 찾아내냄으로써 화면 전체에 역동성을 부여하고 있다. 또한 색과 색, 면과 면을 교차시키고 배열하는 방식을 택하여 리듬감과 밀도감, 색채의 환희를 만들어 낸다. 이 작은 면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아우성이거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하모니를 이뤄냄으로써 작가가 삶 속에서 강조하는 ‘조화의 미’를 창조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의 모티브인 닥지와 조각보가 서양의 미니멀리즘(극소주의 예술)과 유사성을 보여주고 있으며 전통과 관념의 재해석과 재창조를 통해 미니멀니즘의 기하학적 형태를 다시 조합해내고 있다.

특히 Delight 시리즈를 통해 자아 정체성을 가꾸어 가고 있는데 이는 작가 개인적인 삶과 문화경험에 의한 독특한 인식과 이해에서 비롯되었다. 일상생활 중의 심미요소를 충분히 흡수하고 이용해서 추상적인 것과 구체적인 것, 전체와 부분의 중첩을 통해 새로운 예술형식을 나태내고 있다고 하겠다.

정송규의 작업은 크게 세 차례의 변화를 겪었다. 옷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 천들을 한땀 한땀 이어 붙이듯, 작가는 다양한 모양의 색면 조각들을 하나하나 이어 배치하였다. 또한 어머니의 모습을 기호처럼 그려 넣어 작가 본인과 여성, 어머니의 삶의 시간을 나타냈다.

이번 전시회의 ‘회억(回憶)’은 과거의 기억을 현재의 경험으로 데려다 놓는다는 뜻을 가진다. 이때 과거는 희미해져 가는 추억과 기억으로만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로 소환되어 지금과 미래에도 영향을 끼친다는 관점에서 정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