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울타리
우뚝 서 있는 나무

교실에 있는 날 보고
신호를 보냈어.

속닥속닥
너는 무슨 생각해!

싹둑싹둑 잘려
시름시름 하는 틈에도
물기 마르지 않는 밑동

네 덕분에 나도

우
뚝
선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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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깃발
미국 화가 재스퍼 존스의 성조기 그림 ‘깃발’을 스티븐 코언이 1억 1000만 달러(1154억 원)에 샀다. 성조기가 다종족 미국의 구심점 역할을 한다지만, 그 가치가 상상 초월이다. 우리도 태극기가 상징 깃발이지만, 미국만큼 자부심을 갖게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정명희 작가의 동시 ‘우뚝 서 있는 나무’가 그 해답인지도 모른다. 깃발을 든 사람이 누구이고, 무엇 때문에 들었는지에 따라 구심점이 되고 자부심이 되기 때문이다. 아마도 싹둑싹둑 잘리는 고통을 마다하지 않을 때 ‘네 덕분에 나도’ 더불어 우뚝 설 것이다. 민심이 곧 천심이기 때문이다.

김 목/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