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지락꼼지락 달팽이도 오지 않아
꼬물꼬물 지렁이도 보이지 않네

들꽃 자리 덮어버린 시멘트 길
흙냄새 덮어버린 고무바닥

구구구
고무바닥만 쪼아대는 비둘기는
오늘도 혼자입니다


<해설> 국립중앙박물관 ‘사유의 방’ 반가부좌의 반가사유상은 현세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위한 상념에 잠겨 있다. 1880년 로댕이 조각한 파리 로댕 미술관의 ‘생각하는 사람’은 고뇌하는 인간의 전형이다. 반가사유상이 ‘생로병사’의 고뇌라면 생각하는 사람은 지옥으로 가는 인간의 절망과 슬픔, 죽음을 지켜보는 고통이다.
오숙현 작가의 동시 ‘심심한 놀이터’의 시멘트와 고무는 고통의 근원이다. 달팽이와 지렁이, 들꽃을 위해 혼신의 힘으로 고통을 쪼아대는 비둘기는 사유와 생각을 넘어 절망에 당당히 맞선 투사이자, 선각자이며 시대의 양심이다.

김 목/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