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예가이자 차인(茶人)인 명은당(茗隱堂) 성화자 여사와 도예가인 딸 도연제 김경아의 작품전이 열리는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에 들어서면서 느끼는 첫 번째 감정은 ‘단아(端雅), 그 깊고 깊은 순백(純白)의 미(美)’라는 것이었다.

서예가이자 차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명은당 성화자 여사의 팔순을 기념해 어머니와 딸이 함께 차린 이 잔치는 차향과 묵향과 도자의 아름다움이 함께 어우러져 마치 매화의 향기처럼 은은하다.

가장 눈길을 끈 장면은 어머니와 딸이 두 손을 잡고 걸어가는 뒷모습이다. 이 사진 한 컷의 모습 속에 두 사람이 살아온 옛날과 지금, 그리고 먼 그 이상향을 향해 걸어가리라는 다짐도 아스라이 들린다.

성화자 여사의 만행 한용운의 시, 즉사(卽事)

아침에 일어나보니 어머니는 먹을 갈다 말고 차를 달인다. 잠에서 막 깨어난 딸은 묵향과 차향을 먹고 자랐다. 대학에 들어가 법학을 공부했지만 마음이 차지 않아 독일로 날아가 도자도제 자격을 취득하고 도자기에 심취에 청춘을 보냈다.

어머니는 그 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여전히 먹을 갈고 붓을 들었다. 선(禪)을 하듯 차와 마주하고 더러는 마음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욕망의 끝을 떨어뜨리기 위해 한삼자락을 휘날려본 적도 있다고 한다.

김경아 작 다관세트

그렇게 여든해. 빈 껍데기들이 빠져나간 몸속에는 그져 맑고 조용한 기운만 차향처럼 스며 있다. 전시도록의 명제처럼 ‘팔질안여요도홍(八耋顔如夭桃紅)’ 여든 노인의 양 빰이 도화처럼 붉다.

성화자 여사는 1980년 삼심대 후반에 서예가 학정 이돈흥 선생 문하에 들어 오롯이 붓을 들어 마음을 닦고 행다(行茶)의 멋을 익혀 일본, 독일 중국 스페인 등 많은 나라를 다니며 우리차의 맛과 멋을 알리는데 평생을 바쳤다.
딸 도연제 김경아는 전남대 법대를 졸업하고 독일로 건너가 독일 주립도자디자인학교를 졸업하고 독일 마이스터자격도 취득했다. 고국으로 돌아와 광주와 서울, 일본 등지에서 수회의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하면서 활발한 활동을 펴고 았다.

두사람의 작품에 나타나는 공통점은 ‘그냥 단아(端雅)’이다, 이 전시는 10일까지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