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햇살이
정원에 내려앉아
꾸벅꾸벅
졸고 있어요.

살금살금 놀러 온 바람이
잔디 이파리를 엮어
이리저리 뜨개질하네요.

꽃눈
연둣빛 스웨터로
갈아입은 것 좀 봐요

새초롬히 빛나는
노란 브로치는
누가 달아놓고 갔을까요?

<해설>
1963년 탄자니아의 중학교 3학년 에라스토 음펨바가 아이스크림을 만들 때 식힌 우유·설탕 혼합물보다 제대로 식히지 않은 혼합물이 냉장고에서 더 빨리 어는 것을 발견했다. 이순주 시인도 바람이 꾸벅꾸벅 졸고 있는 햇살을 뜨개질하여 연둣빛 스웨터를 만들고 노란 브로치까지 달아놓는 걸 발견했다. 뜨거운 물이 식힌 물보다 결빙이 잘 되는 음펨버 현상처럼 동시 ‘민들레’의 햇살을 뜨개질하여 바람이 만든 스웨터와 브로치는 이순주 현상이다. 눈이 녹으면 눈물이지만, 또 눈이 녹으면 봄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김 목/ 아동문학가